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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건축가 탐구 (렘 콜하스, MVRDV, 유니 스튜디오)

by notes0137 2025. 5. 6.

네덜란드 건축그룹 MVRD 의 대표작, 마르크탈 내부 사진
MVRDV 의 대표작, 로테르담의 마르크탈(Markthal)

 

네덜란드는 창의성과 실험정신으로 세계 건축계에 큰 영향을 준 나라입니다. 특히 렘 콜하스, MVRDV, 유니 스튜디오와 같은 건축가 및 스튜디오는 독특한 디자인 철학과 사회적 메시지를 건축에 담아내며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세 건축가 그룹의 대표적인 철학과 프로젝트를 통해 네덜란드 현대 건축의 정수를 살펴봅니다.

 

 

 

1. 렘 콜하스(OMA)의 철학과 세계관

렘 콜하스(Rem Koolhaas)는 현대 건축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아이콘입니다. 그는 단순한 건축가를 넘어 이론가, 작가, 도시 전략가로서 다면적인 활동을 해왔습니다. 1975년 그는 엘리아 젱겔리스와 함께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를 설립하며 세계 건축계에 본격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초기 대표작 중 하나는 ‘에듀카토리움(Educatorium)’입니다. 이 건물은 교육 공간 내에서 흐름과 상호작용을 강조하며,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동선 속에 풀어낸 실험적 공간으로 평가받습니다. 이후 시애틀 중앙도서관, 중국 CCTV 본사, 도쿄 프라다 플래그십 스토어, 카타르 국립도서관 등 전 세계에 굵직한 프로젝트를 남기며 글로벌 건축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콜하스는 자본주의, 도시화, 글로벌리즘이라는 키워드를 건축의 틀 속에 풀어내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습니다. 그는 『Delirious New York』, 『S,M,L,XL』 등의 저서를 통해 도시의 구조와 이면을 분석하며 건축과 도시 사이의 경계 허물기를 시도합니다. 그의 디자인은 단순히 미학을 넘어서, 시대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반영하는 ‘건축적 담론’으로서의 가치를 지닙니다.

OMA는 현재도 지속적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뉴욕, 베이징, 홍콩, 도하, 로테르담 등 세계 주요 도시에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글로벌 건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2. MVRDV의 실험성과 도시 비전

MVRDV는 1993년 창립 이후,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진보적 건축 그룹으로 자리잡았습니다. MVRDV라는 이름은 설립자 3인의 약자(Winy Maas, Jacob van Rijs, Nathalie de Vries)에서 따온 것으로, 이들은 건축뿐 아니라 도시계획, 풍경 설계, 인테리어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추구하는 핵심 철학은 ‘데이터 기반의 설계’입니다. 과거 건축이 감성과 직관에 의존했다면, MVRDV는 도시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분석하여, 공간 설계에 반영하는 접근을 통해 매우 실용적이면서도 독창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냅니다. 이를 통해 탄생한 대표작이 바로 로테르담의 ‘마르크탈(Markthal)’입니다. 이 건물은 식료품 시장과 주거 공간이 결합된 거대한 곡선형 구조물로, 도시 재생의 모범 사례로 꼽힙니다.

MVRDV는 또한 밀도 높은 도시에서의 삶을 재해석하고, 효율적 공간 배치와 기능 융합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서울 삼성동의 T타워, 베를린의 프리츠커 사무소, 인도네시아의 와라가타 타워 등 아시아권 프로젝트도 활발히 진행하며 세계적인 위상을 다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발행한 『FARMAX』, 『Metacity/Datatown』 등은 건축에 데이터를 적용한 혁신 사례로, 많은 학계와 실무자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MVRDV의 디자인은 단순한 형태를 넘어서 사회문제, 지속가능성, 미래 예측 등의 복합적 요소를 녹여낸다는 점에서, '실천하는 건축학'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힙니다.

3. 유니 스튜디오의 유기적 디자인과 기술 융합

벤 판 베르켈(Ben van Berkel)과 캐롤린 보스(Caroline Bos)에 의해 1988년 설립된 유니 스튜디오(UNStudio)는 곡선적 형태와 유기적 디자인, 디지털 기술의 통합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건축 언어를 구사하는 팀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유니 스튜디오는 ‘건축은 네트워크다’라는 철학을 중심으로, 건축물 자체를 사람·환경·기술과의 연결점으로 보고 설계합니다.

대표작인 슈투트가르트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은 이러한 철학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건물은 DNA 이중 나선 구조를 모티브로 하여,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동선을 따라 이동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라, 기능적 흐름과 경험 디자인의 결정체입니다.

또한 암스테르담의 에라스무스 다리, 싱가포르의 V on Shenton, 중국 항저우의 Raffles City 프로젝트 등에서도 유기적인 곡선미와 공공성과 기술성이 함께 구현됩니다. 이들은 파라메트릭 디자인과 BIM 기술을 조기에 도입하며,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적응형 건축(adaptive architecture)’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유니 스튜디오는 건축을 삶의 방식, 경험의 플랫폼으로 인식합니다. 도시의 흐름과 사람들의 움직임을 고려한 공간 구성, 지속가능한 재료의 사용, 그리고 인간 중심의 감성적 접근이 그들의 작업 전반에 녹아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조형미가 아니라, 기술과 사람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진정한 의미의 '현대 건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론: 건축의 미래를 설계하는 네덜란드 3대 거장

렘 콜하스, MVRDV, 유니 스튜디오는 각기 다른 철학과 방법론을 통해 네덜란드 건축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고, 현대 건축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콜하스는 비판적 도시이론가로서 공간과 사회의 관계를 재구성하고, MVRDV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시 문제를 풀어가는 혁신 설계 그룹이며, 유니 스튜디오는 유기성과 기술을 융합해 미래형 건축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작품은 단지 아름답고 실용적인 공간을 넘어, 도시와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건축이 지닌 사회적 역할을 일깨워줍니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이들이 제시하는 비전과 디자인 전략은 앞으로의 도시, 인간, 지구가 나아갈 방향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도시와 공간에 관심 있는 모두에게 깊은 영감을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