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를 여행할 때 꼭 맛봐야 할 것은 단순한 풍경이나 예술작품만이 아닙니다. 현지인들이 매일 즐겨 먹는 ‘로컬 전통 음식’에는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죠. 이 글에서는 네덜란드 현지인들이 실제로 즐겨 찾는 대표적인 전통 음식들을 소개하며, 그 특징과 먹는 방법, 추천 장소까지 함께 안내해 드립니다. 진짜 네덜란드를 입속에 담고 싶다면 꼭 참고해 보세요.
스트룹와플 (Stroopwafel) – 네덜란드식 전통 디저트
스트룹와플(Stroopwafel)은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디저트로, 얇고 바삭한 와플 두 장 사이에 시럽(보통 카라멜)이 들어간 형태의 과자입니다. 현지 슈퍼마켓이나 거리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커피나 차 위에 잠깐 올려 두어 시럽을 살짝 녹여 먹는 것이 정통 방식입니다. 단맛이 강하지만 과하지 않으며, 바삭함과 끈적한 달콤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간식입니다. 원래는 18세기 초반, 네덜란드 도시 하우다(Gouda)의 가난한 제빵사가 빵 부스러기 등 빵집의 남은 재료들을 버리지 않고 처리하기 위해서 만든 음식이었지만 현재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디저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출근길에 커피와 함께 스트룹와플을 즐기며 하루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암스테르담의 알버트 카위프 시장(Albert Cuyp Market)이나 로테르담의 마르크탈(Markthal) 같은 시장에서는 갓 구운 따끈한 스트룹와플을 맛볼 수 있습니다. 스트룹와플은 기념품으로도 인기 만점입니다. 포장도 예쁘고 보관도 쉬워 여행 후 지인에게 선물하기에도 좋습니다. 최근에는 바닐라, 초콜릿, 피넛버터 등 다양한 맛도 출시되어 젊은 층에게도 더욱 인기입니다. 디저트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스트룹와플이 최고의 선택입니다.
하링(Haring) – 네덜란드 국민 생선 간식
하링(Haring)은 네덜란드 전통 음식 중 가장 독특하면서도 상징적인 메뉴입니다. 과거 네덜란드 식민제국의 전성기를 이룩한 밑천이 염장한 청어를 유럽 각지에 수출하여 벌어들인 돈이었던 만큼 네덜란드인들에게 청어는 각별한 존재입니다. 생청어를 간단히 손질한 뒤 소금에 절여 숙성시켜서 만든 발효식품이고, 양파와 피클을 곁들여 먹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보통 꼬리를 잡고 머리를 뒤로 젖혀 통째로 입에 넣는 방식으로 먹는데, 처음에는 생소해 보일 수 있으나 한 번 맛을 들이면 중독성 강한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하링은 특히 여름철 신선한 ‘홀란세 누이베 하링(Hollandse Nieuwe Haring)’ 시즌이 되면 전국적으로 붐이 일며, 각 도시의 수산시장과 거리 노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보통 빵에 끼워서 샌드위치 형태로 먹기도 하며, 이는 ‘브로첸 하링(Broodje Haring)’이라고 불립니다. 하링은 과메기와 마찬가지로 단백질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건강식으로도 인정받고 있으며, 가격도 저렴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점심 대용으로 하링을 먹는 경우도 많고, 맥주와 곁들여 간식처럼 먹기도 합니다. 암스테르담의 담 광장(Dam Square) 근처나 해안 도시 볼렌담(Volendam)의 노점에서는 전통 방식 그대로의 하링을 경험할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스탐포트(Stamppot) – 겨울철을 따뜻하게 해주는 서민 음식
스탐포트(Stamppot)는 감자, 채소(케일, 당근, 양배추 등)를 으깨고, 소시지나 베이컨을 곁들여 먹는 네덜란드의 전형적인 서민 음식입니다. ‘으깬 음식’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처럼, 재료들을 함께 삶고 으깨어 따뜻한 식사로 제공됩니다. 특히 추운 겨울철에 먹기에 제격이며, 간단하면서도 포만감 있는 한 끼로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스탐포트는 가정식으로도 많이 소비되며, 레스토랑에서는 보통 큼직한 스모크 소시지(Rookworst)와 함께 제공됩니다. 마시면서 곁들이는 그레이비 소스, 피클, 겨자도 별미로 인기를 끌며, 먹는 사람에 따라 케일을 더 많이 넣거나 당근 비율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가정의 레시피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스탐포트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네덜란드인의 삶과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문화적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지 수퍼마켓에서는 스탐포트를 반조리 형태로 판매하기도 하며, 관광객들도 쉽게 구입해 조리할 수 있는 편의성이 있습니다. 대형 식당보다는 로컬 펍이나 전통 음식 전문점에서 정통 스탐포트를 접할 수 있으며, 암스테르담의 레스토랑 ‘Moeders(어머니)’에서는 집밥 느낌의 진짜 스탐포트를 맛볼 수 있어 추천드립니다. 네덜란드의 서정적이고 소박한 면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