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근무를 시작하는 외국인에게 근로계약서는 단순한 고용 문서가 아니라 법적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언어와 제도의 차이로 인해 계약 조건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추후 임금, 근로시간, 해고 절차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네덜란드에서 근로계약을 처음 체결할 때 언어 장벽과 법률 용어의 차이로 혼란을 겪었고, 이후 노동청과 노무 상담을 통해 계약 조항을 정확히 해석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 글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네덜란드 근로계약서를 해석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항목과 실무적인 점검 포인트를 소개합니다.
네덜란드 근로계약서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혼란
네덜란드에서 첫 직장을 구했을 때, 저는 이메일로 받은 근로계약서를 열어보며 예상보다 복잡한 문구에 당황했습니다. 문서는 네덜란드어로 작성되어 있었고, ‘arbeidsovereenkomst(근로계약서)’라는 단어조차 생소했습니다. 영어 번역본이 함께 제공되었지만, 법률 용어가 많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월급과 근무시간만 확인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계약서 안에 급여 외에도 유급휴가, 병가, 근로시간제한, 연금, 해고 조건 등 중요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기업은 ‘zero-hour contract(제로 아워 계약)’을 사용해 고정 근로시간 없이 필요할 때만 불러 일 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모르고 서명했다가 수입이 불안정해지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후 저는 노동청(UWV)과 법률 자문센터(Juridisch Loket)를 통해 조항별 의미를 정확히 해석하는 법을 배웠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의 계약에서는 스스로 조건을 검토하고 협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네덜란드에서 일하려는 외국인에게 근로계약 해석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근로계약서 해석 시 확인해야 할 주요 항목
첫째, 고용 형태(Contract Type)입니다. 네덜란드의 근로계약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첫째는 정규직(Contract for an indefinite period), 둘째는 기간제 계약(Fixed-term contract), 셋째는 시간제 또는 제로 아워 계약(Zero-hour contract)입니다. 계약서에 ‘onbepaalde tijd(무기한)’ 또는 ‘bepaalde tijd(기한 있음)’이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처음 1년 기한 계약으로 시작했지만, 계약서에 ‘자동 갱신 조항’이 있어 3개월 전에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 연장되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이를 모르고 해지 시기를 놓쳤던 경험이 있습니다. 둘째, 급여(Salaris)와 세금 공제(Netto/Bruto)입니다. 네덜란드 근로계약서에는 월급이 ‘bruto(세전)’ 기준으로 표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실제 수령액(netto)은 세금과 사회보험 공제 후 줄어들게 됩니다. 또한 ‘Vakantiegeld(휴가수당)’ 8%가 별도로 지급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총수입을 계산할 때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저는 처음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해 급여 명세서에서 금액 차이를 보고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셋째, 근로시간과 휴가 제도입니다. 네덜란드 법상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40시간이며, 최소 20일 이상의 유급휴가가 보장됩니다. 계약서에는 근무 요일과 시간, 초과근무 조건(overtime policy)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저는 이전 직장에서 ‘flexibele werktijd(유연근무)’ 문구가 있었는데, 실제로는 잦은 야근을 의미했습니다. 문구가 긍정적으로 보이더라도 실제 근무 방식이 어떤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넷째, 병가(Sick Leave)와 보험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병가 중 일정 기간 급여의 70~100%를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계약서에 따라 지급 기간이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회사는 건강보험(Zorgverzekering) 가입을 요구하며, 회사가 일부를 보조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가 정책은 노동청(UWV)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므로, 계약서가 이에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섯째, 해고 및 계약 종료 조항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해고 사유와 절차가 매우 엄격합니다. 계약서에는 보통 ‘opzegtermijn(해고 통보 기간)’이 명시되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1개월 전에 서면 통보가 필요합니다. 저는 한 번 계약 갱신을 하지 않겠다고 구두로만 말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이후 반드시 이메일 등 공식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추가 수당과 연금 조항입니다. 네덜란드의 대부분의 직장은 연금(Pensioenregeling)을 제공합니다. 이 항목이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하며, 추가로 교통비 수당(Travel allowance), 재택근무비(Home office allowance) 등도 명시되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런 세부 조항이 누락되면 매달의 총소득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근로계약서는 단순한 고용 문서가 아니라, 외국인의 법적 권리와 생활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문서였습니다.
근로계약 해석 경험에서 얻은 교훈과 조언
네덜란드에서 근로계약서를 여러 번 체결하며 제가 얻은 교훈은 “계약서는 신뢰의 문서이자, 보호의 수단”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계약서의 각 조항은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회사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드리고 싶은 조언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네덜란드어 원문을 반드시 검토하세요. 가능하다면 영어 번역본과 병행해 확인하고,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Juridisch Loket(무료 법률상담소)에서 상담받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계약 전 협상의 여지를 확인하세요. 급여, 근무시간, 휴가일은 협상 가능한 항목인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서명 전에는 모든 조항을 서면으로 확인하세요. 구두 약속은 법적 효력이 약하며, 분쟁 시 증거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통해 네덜란드의 노동문화가 단순한 고용 관계를 넘어 상호 신뢰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계약서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로서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첫걸음입니다. 앞으로 네덜란드에서 근무할 분들이 이 글을 참고해, 자신의 권리를 지키며 현명하게 일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