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네덜란드에서는 ‘신터클로스(Sinterklaas)’, 전 세계적으로는 ‘산타클로스(Santa Claus)’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합니다. 외형도 비슷하고 선물을 주는 전통도 같지만, 이 두 인물은 그 기원이 전혀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신터클로스와 산타클로스의 유래, 전파 방식, 문화적 차이까지 비교 분석하며, 두 인물이 어떻게 독립적인 상징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신터클로스의 기원과 역사
신터클로스(Sinterklaas)는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크리스마스보다 앞서 기념하는 겨울 명절의 중심 인물입니다. 그의 기원은 4세기경 현재의 터키 지역에서 실제로 존재했던 기독교 성인 ‘성 니콜라스(St. Nicholas)’입니다. 성 니콜라스는 마이라의 주교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아이들에게 익명으로 선물을 주는 선행으로 인해 성인으로 추앙받게 되었으며, 특히 어린이와 선원의 수호성인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중세 이후, 유럽 곳곳에서 성 니콜라스의 축일(12월 6일)을 기리는 문화가 확산되었고, 네덜란드에서는 그의 전날 밤인 12월 5일에 선물을 주고받는 ‘신터클로스 이브(Sinterklaasavond)’ 풍습이 자리 잡게 됩니다. 신터클로스는 주교 복장을 하고 있으며, 머리에 붉은 미터(mijter)를 쓰고 금색 지팡이를 들며, 하얀 말 ‘아메리고’ 혹은 최근에는 ‘오조(HOZOO)’라는 말을 타고 지붕 위를 달려 굴뚝을 통해 선물을 전달하는 전통적인 이미지로 묘사됩니다. 그와 함께 등장하는 ‘흑인 피트(Zwarte Piet)’는 본래 스페인에서 온 조수라는 설정이었으며, 굴뚝을 통해 선물을 넣는 역할을 하기에 얼굴이 검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현대에는 인종차별 논란이 일며 ‘수트 피트(Roetveeg Piet)’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얼굴에 검댕이 묻은 모습으로 묘사되며 점차 다양성과 포용을 강조한 방향으로 진화 중입니다. 아이들은 신터클로스 시즌 동안 신발 속에 간식을 넣거나 시를 써놓는 등의 ‘선물 받기 의식’을 하며, 이를 통해 바른 행동을 유지하려는 교육적 목적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행사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신터클로스 도착식(Intocht van Sinterklaas)’으로, 매년 11월 중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이 대규모 퍼레이드는 TV 생중계까지 되며, 신터클로스의 본격적인 시즌 시작을 알립니다.
산타클로스의 전파 방식과 대중화 과정
산타클로스(Santa Claus)는 신터클로스에서 파생되었지만, 전혀 다른 문화와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했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미국 뉴암스테르담(현 뉴욕)에 정착하면서 ‘신터클라스’ 전통을 함께 이주시켰고, 이 명칭이 미국식 발음으로 변형되면서 ‘산타클로스(Santa Claus)’가 되었으며, 미국 문화 속에서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됩니다. 산타클로스의 현대적인 이미지 형성에 큰 영향을 준 것은 1823년에 발표된 미국 시인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Clement Clarke Moore)의 시 “성 니콜라스의 방문(A Visit from St. Nicholas)”입니다. 이 시는 산타를 통통한 체형, 붉은 옷차림, 루돌프를 비롯한 8마리의 순록, 굴뚝을 통해 선물을 배달하는 모습 등으로 묘사했고, 대중의 상상 속에 강하게 자리잡게 됩니다. 이후 20세기 초 코카콜라(Coca-Cola)의 크리스마스 광고 캠페인에서 붉은 외투, 하얀 수염, 포근하고 인자한 이미지를 고정하면서 지금의 글로벌 산타 이미지가 완성되었습니다. 산타클로스는 전통적으로 북극에 살며, 엘프들과 함께 선물을 만들고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밤 썰매를 타고 전 세계를 돌며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 개념은 이후 미국을 넘어 캐나다, 영국, 독일, 일본 등지로 확산되며 크리스마스 문화의 중심인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산타는 가족 중심의 종교적 상징보다는, 세계적인 상업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결합된 캐릭터로 진화해왔습니다. 덕분에 장난감 광고, 크리스마스 캐럴, 영화, 테마파크 등 다양한 미디어에 등장하며 연말 소비문화를 이끄는 주역이 되었습니다.
두 인물의 문화적 차이와 현재 모습
신터클로스와 산타클로스는 모두 성 니콜라스를 뿌리로 하지만, 문화적 위치와 기능은 매우 다릅니다. 우선 날짜부터 다릅니다. 신터클로스는 12월 5일(또는 6일 아침) 중심의 기념일이고,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밤 활동합니다. 복장에서도 신터클로스는 가톨릭 주교 복장을 유지하고 있고, 산타클로스는 상업적이고 캐릭터화된 동화 속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행동 양상도 차이가 있습니다. 신터클로스는 아이들의 행실을 평가하여 ‘착한 아이에겐 선물, 나쁜 아이에겐 석탄’을 준다는 식의 도덕적 심판자의 이미지가 강하고, 산타클로스는 거의 무조건적으로 선물을 베푸는 포근한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는 교육적 요소가 강한 유럽 전통과, 가족 중심의 따뜻한 이미지로 발전한 미국식 문화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기대와 관련해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신터클로스가 중심이고, 크리스마스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휴식일입니다. 반면, 산타클로스는 글로벌하게 크리스마스 전체의 아이콘이 되었고, 전 세계 아이들이 기다리는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특히 쇼핑몰, 광고, 영화 속 산타는 연말을 상징하는 대표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현재 네덜란드에서는 신터클로스와 산타클로스가 ‘병행’되는 구조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11월 중순부터 12월 5일까지는 신터클로스 시즌, 12월 중순 이후는 산타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강조됩니다. 이중 문화 속에서 아이들은 두 번 선물을 받을 수 있는 ‘행복한 혼합 문화’ 속에 살고 있으며, 부모 세대는 신터클로스를 중심으로 전통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